- 황응수 대한바이러스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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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지카 바이러스(Zika Virus)의 공포에 떨고 있다. 임신부가 감염되면 태아에게 소두증이라는 선천성 기형이 유발되는 것으로 밝혀져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는 극에 달해 있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전국이 들썩였던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럼 지카 바이러스를 포함한 신종 바이러스 질병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처 능력은 현재 어느 정도일까. 황응수 대한바이러스학회장 겸 서울대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교수를 만나 우리나라의 바이러스 질병 대처 수준과 신종 바이러스 질환을 막기 위한 현안들에 대해 들어봤다.
Q 최근 지카 바이러스를 비롯한 신종 바이러스가 증가하는 듯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신종 바이러스의 숫자가 많아지는 것인지, 원래 많던 것이 쉽게 발견되기 시작한 것인지 알 수 없다. 매체의 발달 덕분에 특정 지역에서 신종 바이러스 질병이 발견되었을 때 정보 전달이 쉬워졌고 따라서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이 증가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카 바이러스는 실제로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다. 이런 바이러스 질병이 풍토병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무엇보다 기후변화와 인구변화의 영향이 크다. 이런 변화에 의해 사람들의 생활습관이 달라졌다. 또한 교통의 발달로 세계 곳곳을 다니는 여행객들이 많아졌다. 해외의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되기 쉬워진 셈이다. 이런 요인들이 바이러스 확산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Q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임신부는 소두증 아이를 낳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인가?
지카 바이러스는 소두증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임신부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해서 100% 소두증이 나타난다고 확신하기는 어렵다.
의학은 어떤 질병의 원인을 증명하기 위해서 먼저 역학조사를 실시한다. 예를 들어, 지카 바이러스와 소두증의 관계를 증명하려면 가장 먼저 모기와 지카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곳에 있던 임신부들과 그렇지 않은 임신부들을 비교해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역학 조사 단계에서 의심이 합당한 것으로 판단되면 다음 단계에서는 실험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람에게 실험이란 불가능하다. 따라서 임신부에 대한 혈청학적 검사 등을 통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임신부가 소두증에 걸린 아이를 낳는다면 그에 따른 귀납적 추론만 할 수 있을 뿐이다. 더군다나 감염 중에는 ‘불현 감염’이라는 것도 있다. 감염됐지만 뚜렷한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 환자가 있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 중에서도 일부에게는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을 수 있고, 일부에게는 증상이 나타나지만 심하지 않고, 또 다른 일부에게는 증상이 아주 심하게 나타나는 등 패턴이 다양하다.
Q 소두증은 치료가 가능한가?
우리 몸에는 재생이 가능한 세포 종류가 있고 재생이 안 되는 세포가 있는데 신경은 재생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선천 감염으로 인한 기형은 회복이 안 된다고 봐야한다. 소두증은 치료할 수 없다.
Q 만약 한국으로 지카바이러스가 전파된다면 한국 사람에게도 소두증이 발병할 수 있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Q 지금 우리나라는 지카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가?
일단 지카 바이러스가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발견되지 않았다. 따라서 바이러스가 퍼져 있다고 말할 수 없다. 만약 우리나라에 지카 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유입된다 해도 그 바이러스를 옮겨줄 매개 곤충이 없으면 환자 한 명의 케이스로 상황이 종료될 것이다.
지난해 유행한 메르스의 경우에는 호흡기를 통해 전파됐기 때문에 확산 공포가 컸지만, 우리나라에는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것으로 알려진 ‘이집트 숲 모기’가 서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현재 계절도 겨울이기 때문에 모기가 활동하기 어려운 상태다. 지카 바이러가 확산될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추정한다.
Q 한국에서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커지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크게 걱정할 것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세심한 관심은 분명 필요하다.
Q 지카 바이러스를 포함한 바이러스 질병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처 능력은 어느 정도이고, 방어능력을 키우기 위한 과제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바이러스 질병에 대한 대처는 단순하지 않다. 여러 부처가 협력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 부처 사이의 벽은 아직 높은 것 같다. 해외 유입 바이러스 질병이면서 매개 곤충까지 연관이 있는 지카 바이러스 같은 경우에는 대책 마련을 위해 다양한 부처가 협력해야 한다. 수입품, 동식물, 입국자 검역 등이 다 다른 부처 소관이며, 이런 데서 혼란이 가중된다. 따라서 이런 부분에서 부처 간 긴밀한 관계 조성과 효율적인 소통으로 질병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전염병 관리에 관해 세밀하게 성문화된 규정이 없어서 책임자는 있어도 책임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이유로 전염성 질병에 신속 대처 할 수 없는 것 같다. 바이러스 질병과 같은 전염병 시나리오를 미리 시험해보고 상세한 지침을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다.
전문가 집단의 경우에는, 대한바이러스학회도 그렇지만 학회 운영과 연구 활동 여건이 매우 좋지 않다. 각자 연구하는 분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도 어렵고 기초학회는 특히 영세한 상황이다. 따라서 바이러스 질병 대처에 실질적인 공헌을 하고 싶어도 하기 어렵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 이후에는 학계 차원의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정부에 연구 용역을 제안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지속적으로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
의료진의 대처 능력은 메르스 사태로 인해 개선됐을 것이라고 본다. 환자와 직접 만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지난번 사건으로 바이러스 질병 전파 위험성을 실감했을 것이고, 환자들을 꼼꼼히 문진하고 질병의 원인을 의심하는 등 노력하고 있을 것이라 본다. 의료진이 전염병 대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환자의 증상을 의심하고, 질병관리본부 등에 전염병 진단을 의뢰하고, 증상을 완화시키는 치료를 하는 것 정도이기 때문이다.
사진 김민아 기자
김민아 기자 kma@mpress.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