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응수 대한바이러스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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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은 더 이상 국경 안에 머무르지 않는다. 특히 2014년 에볼라바이러스, 2015년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에 이어 2016년 지카바이러스에 이르기까지, 신종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이 특정 국가에서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상황이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를 치른 우리나라는 국경 안팎을 넘나드는 신종 바이러스에 대비해 국가방역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우리나라의 신종 바이러스 대처 수준과 21세기 들어 그 어느 때보다 극성을 부리는 바이러스의 실체를 듣기 위해 황응수 대한바이러스학회장(서울대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교수)을 만났다.
Q 최근 지카바이러스를 비롯한 신종 바이러스가 증가하는 듯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신종 바이러스의 수가 많아지는 것인지, 원래 많던 것이 쉽게 발견되기 시작한 것인지 알 수 없다. 매체의 발달로 인해 특정 지역에서 신종 바이러스 질병이 발견됐을 때 정보 전달이 쉬워졌고, 따라서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이 증가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지카바이러스는 실제로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다. 이런 바이러스 질병이 풍토병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무엇보다도 기후 변화와 인구 변화의 영향이 크다. 이런 변화에 의해 사람들의 생활습관도 달라졌다. 또한 교통의 발달로 세계 곳곳을 다니는 여행객이 많아졌다. 해외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되기 쉬워진 셈이다. 이런 요인들이 바이러스 확산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Q 바이러스 질병의 치료와 예방 중에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는가?
치료와 예방 모두 중요하지만 결국엔 연구가 가장 중요하다.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들어와서 어떤 방법으로 증식하고 어떤 루트로 옮겨 다니는지, 그랬을 때 우리 몸에서 어떤 면역 반응이 일어나고 그 면역 반응이 바이러스를 어떻게 없애는지의 과정을 알아야 예방과 치료가 가능하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가 벌어졌을 때 많은 사람이 백신 개발부터 요구했다. 그렇지만 사실상 해외에서 유입된 한 사람의 메르스 감염자로부터 2차, 3차 감염이 일어난 상황에서는 충분한 바이러스 정보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백신을 만든다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종류가 몇 가지인지, 존재하는 바이러스가 모두 유사한 시퀀스인지, 어떤 부분을 이용해야 제일 효과적인지, 항체만 있어도 되는지 등이 종합적으로 분석돼야 우리나라에 분류된 것으로 백신을 만들어도 효과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할 수 있다. 당시 우리나라에 전파된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의 조상은 단 하나라고 볼 수 있는데, 그에 대한 백신을 만든다고 해서 또 다른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방어가 가능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의 확보와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다. 그것을 기초로 예방법과 치료제가 만들어질 수 있다.
Q 우리나라의 바이러스 연구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우리나라 바이러스학의 역사를 살펴보면 바이러스 연구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1950년 초반 한국전쟁을 치르고 난 직후에는 사실상 바이러스를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이 없었다. 1980년대 초반까지도 연구비라는 개념이 없어서 학자들이 지원을 받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이호왕 고려대 교수는 쥐에서 한탄바이러스를 발견하고 연구를 많이 했다. 1980년대부터 조금씩 연구비가 풀리기 시작하면서 바이러스학을 공부하는 이들이 유학을 다녀왔다. 그러다보니 10여 년의 공백이 생겼고 1990년대 이후에야 겨우 국내에 바이러스 연구가 개시됐다.
사실 바이러스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이러스 배양인데,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배양을 통해서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것이 어렵다. 실험실과 연구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설사질환을 일으키는 엔테로, 노로, 로타와 같은 바이러스는 아직도 배양이 거의 되지 않고 있다. 일본뇌염 등은 현재 많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신경계 쪽은 아예 연구비 지원이 되지 않는다. 이런 연구가 계속 이어져야 지금 당장 필요한 뎅기바이러스나 지카바이러스 등도 연구할 수 있지만 여건이 안 되는 상황이다.
또한 바이러스 연구를 하려면 생물안전도에 따른 시설이 필요하다. 메르스는 생물안전3등급(BL3·Biosafety Level 3) 이상 연구시설에서 실험이 가능하고, 에볼라 등은 BL4에서 가능하다. 그런 시설이 우리나라에는 많이 부족하다. 워낙 시설과 관리가 부족하다 보니 2000년대 들어오기 전까지는 연구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기도 했다. 고려대에서 정년퇴임한 어느 교수는 한탄바이러스를 연구하면서 쥐로부터 감염된 적도 있었다. 물론 지금은 그런 상황에서 연구하지 않지만 바이러스 연구가 그동안 얼마나 활성화되기 어려운 환경이었는지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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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현재 바이러스를 배양하며 연구하고 있는가?
기존에 해오던 헤르페스바이러스에서 분야를 확장해 뎅기바이러스를 배양하기 시작했다. 바이러스가 보관돼 있던 기관에서 분양을 받아 키우고 있다. 바이러스를 키우면서 어떤 특성이 있는지, 자라면 어떤 면역 반응이 일어날 것인지 등의 정보를 얻는 것이 바이러스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할 일이다. 분야와 종류가 너무 다양해서 전부 할 수 없다고는 해도, 나라도 나서서 연구를 활성화시켜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필요한 것을 요구하지 못하고 지금껏 지원만 바라고 있었던 것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배양을 시작했다.
Q 바이러스 질병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처 능력은 어느 정도이고, 방어능력을 키우기 위한 과제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바이러스 질병에 대한 대처는 단순하지 않다. 여러 부처가 협력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부 부처 사이의 벽이 아직 높은 것 같다. 최근 관심이 높아진 지카바이러스를 예로 들어보자. 해외 유입 바이러스 질병이면서 매개 곤충까지 연관 있는 지카바이러스는 대책 마련을 위해 다양한 부처가 협력해야 한다. 수입품, 동식물, 입국자 검역 등이 다 다른 부처 소관이며, 이런 데서 혼란이 가중된다. 따라서 이런 부분에서 부처 간 긴밀한 관계 조성과 효율적인 소통으로 질병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전염병 관리에 관해 세밀하게 성문화된 규정이 없어서 책임자는 있어도 책임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이유로 전염성 질병에 신속 대처할 수 없는 것 같다. 전염병 시나리오를 미리 시험해보고 상세한 지침을 만들어놓을 필요가 있다.
전문가 집단의 경우에는, 대한바이러스학회도 그렇지만 학회 운영과 연구 활동 여건이 매우 좋지 않다. 각자 연구하는 사람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도 어렵고, 기초학회는 특히 영세한 상황이다. 바이러스 질병을 막는 데 실질적인 공헌을 하고 싶어도 하기 어렵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 이후에는 학계 차원의 TFT를 구성해 정부에 연구 용역을 제안했음에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지속적으로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
의료진의 대처 능력은 메르스 사태로 인해 개선됐을 것이라고 본다. 환자와 직접 만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지난번 사건으로 바이러스 질병 전파 위험성을 실감했을 것이고, 환자들을 꼼꼼히 문진하고 질병의 원인을 의심하는 등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의료진이 전염병 대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환자의 증상을 의심하고, 질병관리본부 등에 전염병 진단을 의뢰하고, 증상을 완화시키는 치료를 하는 것 정도이기 때문이다.
Q 바이러스 전문가로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서울의대 의학연구원 감염병연구소에서 활동하고 있다. 의사 면허가 있다보니 기초 연구를 하는 사람과 감염병 연구를 하는 사람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높아지는 감염병 위협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국제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중이다. 다양한 바이러스에 대해 국내에서 모두 연구할 수 없는 실정에서 해외에 어떤 병원체가 존재하는지 조사하고 그에 대비하기 위한 정보를 얻으려면 네트워킹이 중요하다.
유럽연합이 주도하는 글로피드-알(GloPID-R)이라는 시스템이 있다. 감염병 예방을 위해 국제 협력 네트워크를 만들어 어떤 아웃브레이크가 생겼을 때 48시간 안에 대응해서 기반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우리도 여기에 참여해 해외 연구 데이터 및 자원을 교류하고자 한다.
Q 대한바이러스학회 수장으로서 비전이 있다면?
학회가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것은 국민을 위해서다. 연구를 활성화해 국민에게 도움이 되려면 학계에서 각자 바이러스를 연구하고 있는 사람들을 하나로 통합하고 그들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연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전문기관과 협력함으로써 바이러스 질병이 퍼졌을 때 실제적인 방안을 내놓는 공헌을 하고 싶다.
사진 김지아 헬스조선 기자
김민아 기자 kma@mpress.kr


